스크롤 속의 기억 — 잊혀지는 사진의 홍수 스마트폰이 생긴 이후, 우리의 하루는 수많은 사진으로 채워지고 있습니다. 식사 한 끼, 하늘 한 장, 카페의 조명까지. 필자 또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. 출근길에 본 하늘이 예뻐서, 친구와 웃으며 마신 커피 한 잔이 기분 좋아서, 무심코 카메라 셔터를 눌렀습니다. 그런데 어느 날 문득, 앨범을 스크롤하던 중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. 사진은 너무 많지만, 정작 그 순간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던 것입니다. ‘이건 언제 찍었더라?’ 하며 넘기다 보니, 수천 장의 이미지가 단순한 데이터로만 남아 있었죠. 필자는 그때 처음으로 디지털 사진의 역설을 실감했습니다. 우리는 더 많은 순간을 ‘남긴다’고 믿지만, 사실은 그만큼 ‘느끼지 못한 채’ 흘려보내고 있었던 것입니다. 사진..